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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작은 위로] 이해인

armonioso 2017. 5. 19. 00:00
[작은 위로] 이해인

 

<너에게 가겠다>

오늘도 / 한줄기 / 노래가 되어 / 너에게 가겠다 //

바람 속에 떨면서도 / 꽃은 피어나듯이 //

사랑이 낳아준 / 눈물 속에 / 하도 잘 익어서 / 별로 뜨는 / 나의 시간들 //

침묵할수록 / 맑아지는 노래를 / 너는 듣게 되겠지 //

무게를 견디지 못한 / 그리움이 흰 모래로 / 부서지는데 //

멈출 수 없는 / 하나의 노래로 / 나는 오늘도 / 너에게 달려가겠다 //

 

<길 위에서>

오늘 하루 /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 없어서는 아니 될 / 하나의 / 길이 된다 //

내게 잠시 / 환한 불 밝혀주는 / 사랑의 말들도 / 다른 이를 통해 / 내 안에 들어와 /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

일을 하다 겪게 되는 / 사소한 갈등과 고민 /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

살아갈수록 /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

내가 되기 위해 / 꼭 필요한 것이라고 / 오늘도 몇 번이고 / 고개 끄덕이면서 / 빛을 그리워하는 나 //

어두울수록 / 눈물날수록 / 나는 더  걸음을 빨리 한다

 

<비가 전하는 말>

밤새 /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 나를 부르네 /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

정든 땅을 떠나 /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

아침을 가르는 / 하얀 빗줄기도 /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 전하는 말 //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 떨어져내리는 아픔을 /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ㅡ //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ㅡ

 

<아침의 향기>

아침마다 / 소나무 향기에 / 잠이 깨어 / 창문을 열고 / 기도합니다 //

오늘 하루도 /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 푸른 향기로 / 나의 사랑이 / 변함없기를 //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 나의 아침에게 / 인사합니다 //

오늘 하루도 / 온유하게 녹아서 /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 정다운 벗이기를 / 평화의 노래이기를

 

<어느 조가비의 노래>

바다 어머니 / 흰 모래밭에 엎디어 / 모래처럼 부드러운 침묵 속에 / 그리움을 참고 참아 / 진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

밤낮으로 파도에 밀려온 / 아픔의 세월 속에 / 이만큼 비워내고 / 이만큼 단단해진 제 모습을 / 자랑스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아직 못다 이룬 꿈들 / 못다 한 말들 때문에 / 슬퍼하거나 애태우지 않으렵니다 //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 가슴속에 고요한 섬 하나 들여놓고 / 조금씩 기끔의 별을 키우라고 / 먼 데서도 일러주시는 푸른 어머니 //

비어서 더욱 출렁이는 마음에 / 자꾸 고여오는 넓고 깊은 사랑을 / 저는 어떻게 감당할까요? //

이 세상 하얀 모래밭에 그 사랑을 / 두고두고 쏟아낼 수밖에 없는 /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 '흰구름' 조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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