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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armonioso 2017. 5. 19. 13:00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금까지 목표도 방향도 없이 '닥치는 대로'살았다. 마구잡이로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때그때 눈앞에 닥쳐온 일을 나름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최선을 다해 '닥치는 대로'살았으니 후회는 없다. 생각해보면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나이에 아직도 이런 질문을 껴안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여태껏 살아온 내 삶의 결과임을 인정한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계속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이미 훌륭한 인생이다. 그대로 가면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직므처럼 살 수는 없다고 느끼거나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아직 충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더 훌륭한 삶을 우너한다면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들고 능ㄹ동적으로 세상과 부딪치지 못했다. 번민하면서 주저하는 내게, 세상이 먼저 부딪쳐 왓다. 세상은 나더러 체념하거나 굴복하라고 했고, 나느 ㄴ거절하고 저항했을 뿐이다. 부당한 강요에 굴복하면 삶이 너무나 비천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과 품격을 지키려고 발버둥 쳤다. 성년이 된 이후 오랫동안 내 삶을 지배한 감정은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었다. 수치심과 분노,ㅅ ㅡㄹ픔, 연민, 죄책감,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괒 ㅏ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마다 누군에겐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만 할 ㄹ이유는 없었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누군가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도덕주의적으로 보든 실용주의적으로 보든 좋은 생각이 아닌 것이다. 내게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ㅇ낳고, 그 어떤 이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떳떳하게 그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쁘게 살고 싶다. 스무 살의 크라잉넛 멤버들처럼.
 
그러나 위로의 힘은 거기까지다. 아버지가 아들의 아픔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아픔을 견디는 능력을 상속해줄 방법도 없다.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ㅇ낳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만ㅍ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ㅁ낳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수도 타인과 손잡을수도 없게 되었을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채 떠나면 된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이다. 이것은 당위가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위대한 세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셀리그만의 견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셋 말고도 '연대'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것도 사랑의 표현 형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사랑과는 의미가 다르다. 좁게 보면 연대란 동일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누군가와 손잡는 것이다. 넓게 보면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삼아 어디엔가 함께 속해 있다는 느낌을 나누면서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동물을 보살피고, 아프리카 어린이의 교육을 후원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구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자제하는 행위들은 모두 사회에, 국가에, 인류에, 생명에, 지구 행성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이다.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일, 놀이, 사랑과 함께 의미 있고 기쁜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이것 없이는 삶을 완성할 수도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몰두할 수 있는 놀이에 빠져들도 싶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게 사랑받고 싶다. 그렇게 일하고 놀고 사랑하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래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도 내 삶에 대해 황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그 과정은 의심이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 유학을 떠났다.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고 돌아왓다. 글쓰기와 방송활동, 정치를 하는 동안 칭찬도 들었지만 욕도 참 많이 먹었다. 그렇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욕먹는다고 뭐 죽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ㅇ낳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믿는다.
이렇게 하면 좌절감, 패배 의식, 상실감, 절망감, 외로움, 자기 비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관 뚜껑에 못이 박히기 전에는 살마을 평가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 뚜껑이 닫히고 한참 지난 뒤에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내가 이미 죽고 없는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먼 훗날, 또는 긴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그러니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
 
개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할 때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이타성이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말이 옳다고도 본다.
규범은 자기 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따르면 된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인생은 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르다. 정답을 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실행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천부적 재능일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고난 음악 신동은 시키지 않아도 몇 시간씩 피아노를 친다. 타고난 지적 재능이 있는 아이는 강요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 재능이 있으면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더 집중한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더욱 ㅇ려심히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결합한 '1퍼센트 재능과 99퍼센트 노력'이 천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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