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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남자를 위하여] 김형경

armonioso 2017. 5. 19. 18:00

[남자를 위하여] 김형경

 

여자들은 남자들이 더 자상하게 언어로 감정을 표현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섣부른 요구는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맞는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남자의 언어는 경쟁이나 공격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예술가가 지닌 비현실적 면과 경제적 무력함을 언급했다. 눈치 빠른 여성들은 예술가가 절박하게 자기표현을 필요로 하는, 이미 상처 입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게 틀림없었다. 그중 의외의 답은 '특정한 사물에 수입 취미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직관적으로 본질을 꿰뚫는 여자들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녇르은 '리비도 총량의 법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사물에 수집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사용해야 할 리비도를 엉뚱한 곳에 허비한다는 의미다. 그저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물건을 모시고 숭배한다면 자칫 사물들을 물신의 자리에 세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들으 ㄴ대체로 내면 어딘가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심리적 구멍이 있어 그것을 메우려는 노력으로 사물들을 끌어모은다.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물을 사랑하는 이들이고, 사람과 나누어야 할 애착을 사물에게 쏟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자가 느끼는 정서적, 감정적 친밀감이 남자의 아홉배가 아닐까 싶었다. 사랑을 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가 만날 때 그들이 주고받느 ㄴ것은 표면적으로 대화, 선물, 이벤트, 그리고 섹스 등으로 보이지만 무의식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은 친밀감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마음깊으 ㄴ곳에서 서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이런저런 행동들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남자들은 여자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부담스러워한다.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를뿐더러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고 느낀다. 그러니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배쯤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억울해할 일은 없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향유하고, 더 풍부한 감각으로 살 수 있도록 태어났다는 점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사랑의 감정은 우연히 일어나서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호르몬의 작용이나 콤플렉스끼리의 눈먼 만남도 아니다. 병리적으로 서로를 의존하는 일도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이고, 용기가 필요한 노력이며, 구체적인 실천이다.

 

열명의 남성 가운데 한명만이 일, 돈, 결혼 문제를 함꼐 이야기하는 남자 친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스무명 이상 중의 한명만이 자기의 감정 또는 성적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가지고 있다. (...) 남자들의 친구 관계 유형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한 남자가 여러 '친구들'을 갖는 것이다. 그들 친구들은 그 남자의 공적 자아 중 어느 한 측면과만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한 남자의 전체 가운데 작은 부분밖에 알지 못한다.

 

애초에 남자끼리의 우정은 무언가 부족한듯 보였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도 남자들의 화제는 업무에 관한 것이나 취미활동 범주에 한정되어 있었다. 서로 지나치게 친해지거나 과도하게 내면을 표출할 상황이 되면 남자들은 불안함을 느끼며 그자리에 멈춰서는 듯했다. 대신 남잗르은 더 깊은 속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 여성을 찾는데, 그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최초로 자랑과 투정을 털어놓는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녀 공히 오이디푸스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이들은 유혹의 게임에 취약해진다. 여잗르은 유난히 유혹자의 태도를 취하고 남자들은 작은 유혹의 기미에도 뿌리째 흔들린다. 그런 이들은 모든 인간관계를 호불호나 애착관계로 치환시키는 특성이 있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들일수록 친밀감을 나누는 애착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와 플레인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나 역시 그들의 불장난 상대나 숨겨진 애인이 될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좋은 관계들이 지나가곤 했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하는 이들은 남자들이다. 여자들은 가끔 그것이 왜 불가능한가 묻곤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은 그들의 입장에서 자명한 진실이다.

 

그녀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 실은 남자들이 더욱 의존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남자들은 식사, 옷차림, 정서적 지원, 자녀 양육의 문제를 어머니나 아내에게 의존한다. 아이를 출산, 양육하는 종족 보존의 문제도 전적으로 여자에게 달려 있다. 남자는 여자에 의해서만 보살핌을 받고, 남자다움을 확인받는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받는 것들 때문에 여자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런 문제들 때문에 여자에게 의존하는 일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처럼, 사랑을 덜 받았다고 느끼는 자식은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지 못한다. 늙어서까지 부모 곁을 서성이면서, 지극히 효도하면서, 그때라도 못 받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제일 사랑해서 키운 자식은 불효자된다'는 항간의 속설처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자식은 씩씩하게 부모를 떠나 자기만의 삶을 성취해나간다. 그런 이들은 엄마에게 못 받은 것을 아내에게 기대하면서 폭력적으로 굴지 않는다.

 

실제로 여자들이 털어놓는 불평은 대체로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 질문도, 답도 여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남자가 만들었을 것이다. 예전에 일본 여성들은 이상적인 남자 조건으로 '3고'를 꼽았다고 한다. 고신장, 고수입, 고학력이었다. 최근에는 이상적인 남자 조건이 '3C'로 바뀌었다. 편안한(Comfortable), 소통이 잘되는(Communicative), 협력적인(Cooperative) 남자라는 뜻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남자는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왔다. 여잗르은 생존을 보장해주는 한 남자와 안정된 관계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남자느 ㄴ되도록 많은 정자를 많은 곳에 뿌리는 일에 관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여자는 난자를 아껴두었다가 되도록 비싼 값에 교환하고 싶어하고, 남자느 ㄴ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도록 신체적, 정서적으로 진화되어왔다. 실제로 남자들은 여자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함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자기를 향해 웃기만 해도 벌써 그녀를 상대로 성적 판타지를 펼쳐나간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사랑의 표정은 남성 심리에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 중 하나다. 남자들은 이 사랑의 표정을 갈망한다. 이 표정은 남자들이 자신을 소중하고, 가치있으며, 명예롭고, 필요한 존재이며, 스마트하고, 또한 섹시하다고 인식하게 하는 강력한 거울 역할을 한다.

 

후배 여성들은 '남자들이 원하는 것 베스트 7'을 선정했다. 남자와 데이트할 때 이런 요소만 충족시켜주면 백전백승이라는 것이었다.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것,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 감탄하고 찬탄하는 것, 그의 제안에 묵묵히 따르는 것, 그가 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

 

"대단히 사려 깊고 용기 있는 남자만이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 문장은 쓸쓸하다. 여자로서, 우리가 어울려 사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저렇다는 사실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저 문장은 명백히 진실일 것이다. 나 역시 생을 통틀어 자기 내면을 토로하면서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남자를 단 한명도 만난 적이 없다.

 

"아버지가 그렇게 약한 남자라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습니다.ㅇ ㅏ버지는 늘 큰소리치고, 당당했으며 적군이라도 쳐부술 남자였으니까요."

 

자살에 대해 이십년 동안 연구한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자살하는 사람들은 세가지 요소가 일치할 때 자살을 감행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결여, 주변 사람에 대한 부재감, 폭력에 댛나 내성. 세 조건 중 한가지만 충족되지 않아도 자살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는 두려운 대상을 비난한다.

 

"남자가 거짓말을 하면 그냥 속아줘. 그건 너에게 잘 보이고 싶고,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뜻이잖아."

불평을 늘어놓던 여성은 놀란 듯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갸욱하면서 질문했다.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행동하는데요?"

"그러면 솔직하게 말하겠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룸살롱에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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