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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통하다] 김선한
베트남을 통하다
베트남과 중구그이 필연적인 관계를 언급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경제 관계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국의 경제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관계는 특히 베트남의 입장에서 더하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국민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소비재는 중국산 비중이 품목에 따라서는 최고 90% 가량 되는 것도 있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은 줄곧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으며, 베트남의 대외무역 중 중국의 비중은 20% 이상이다. 베트남의 통계에 ᄄᆞ르면 2013년 베트남의 수입 중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28%를 차지해 한국(16%), 일본(9%)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따. 중국의 대 베트남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전기기계, 섬유, 비금속, 화학공업, 광산품 5종이 80%를 차지했다. 그 중 전기기계와 섬유는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베트남의 외자 유치가 증가하면서 외자 전기기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 부품 등을 모두 중국에서 수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이러한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할 만한 기업이 없으며, 베트남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도 꼽히낟. 이는 중국의 대베트남 무역 흑자가 확대대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양국 간 산업 구조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베트남 경제체제를 서렴ㅇ할 때 따라붙는 용어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social-oriented market economy)’다. 그런데 용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순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중앙통제 방식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경제체제 운영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의 대척점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시장경제체제다. 그런데 베트남은 서로 모순인 두 개의 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상당수 외부인은 헷갈린다.
개인의 사유재산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근간인 토지에 대해서는 국가 소유가 원칙이다. 토지 사용기간은 거주지 목적의 경우 영구이며, 기타 목적의 경우
다시 비상 꿈꾸는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500억 달러 상회와 견고한 성장세 vs 5년 기다렸더니 원금 반토막.”
베트남 증시를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두 시각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한다는 얘기다. 신도 모른느 게 주식시장이라지만 베트남은 예측이 정말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곳곳에 지뢰(리스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증시는 호찌민거래소(VN Index)와 하노이거래소(HI Index)로 이원화돼 있다. 호찌민거래소는 2000년 7월 20일 첫 거래를 시작했다. 출범 당시에는 상장코드 SAM과 REE라는 두 종목만 상장됐고, 지수는 100에서 출발했따. 개장 후 몇 년간은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2005년 7월부터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센터의 두 시장으로 운영되면서 발전 가능성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증시는 2006년부터 크게 변모했으니 이때가 사실상의 원년인 셈이다. 2006년 한 해에만 156개 종목이 신규로 상장됐다. 2006년 상장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면세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정책을 감안하더라도 2005년 말 기준 상장 기업이 37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1년 동안 4배가 성장헀다. 호찌민거래소는 2006년 한 해 동안 140% 상승했다는 게 미래에셋의 베트남 증시 전문가 강문경 부장의 설명이다.
국영기업의 방만 경영과 공직사회의 만연한 비리,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대내외 악재를 겪은 베트남 증시는 2014년 11월 현재 호찌민거래소에 305개(상장펀드 2개), 하노이거래소에 365개가 각각 상장돼 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호찌민거래소 487억 달러, 하노이거래소 59억 달러, 총 550억 달러 가량으로 추산됐다.
딘띠엔중 베트남 재무장관도 증시 시가총액이 2014년 7월 현재 전체 GDP의 32% 선인 520억 달러로 파악됐다면서, 증시가 오는 2020년까지 경제의 주요 자금 조성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 장관은 또 베트남 증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10대 증시 가운데 하나라며, 2014년 상반기 평균 거래액이 작년 동기보다 58% 증가하는 등 한층 긍정적인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따. 중 장관은 특히 증시의 외국인 계좌가 약 130만 개로 집계됐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출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간 신문 뚜오이쩨도 2014년 7월 28일자에서 부방 국가증권위원회(SSC) 위원장의 말을 빌려 베트남 증시가 출범 이래 지난 14년간 이룬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가 투명성 확대라며, 기업들의 재무제표 공개도 한층 전문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년간 상당수 업체가 통상적인 기업 활동 외에 지속가능한 ‘가치 사슬’에 관심을 두는 등 기업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베트남 증시는 외국인 지분 한도 제한 (기업 49%, 은행 30%)과 높은 변동성이 대규모 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규모 무역 적자, 높은 인플레이션 등 개방경제 초기의 전형적인 부작용이 대두되면서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한때 1조원 이상의 뭉칫돈을 끌어 모으면서 ‘제2의 중국 펀드’라고 불린 베트남 펀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중국 펀드로 큰 수익을 거둔 사람들은 WTO 가입을 눈앞에 둔 데다 국내 대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대거 옮기는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인식해 새로운 투자처로 베트남 펀드를 선택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찌만 단맛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실한 경제 기초 체력이 문제였다. 물가는 급등했고 무역적자는 쌓여갔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4월에 20%를 넘어섰으며, 무역적자는 GDP의 30%에 육박했다. 일본의 다이와증권은 베트남이 곧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한국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ᅟᅠᆻ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신흥국들이 회복세를 보인 반면, 베튼마 증시는 ㄴ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던 베트남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정책으로 긴축 정책을 편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에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베트남 통화 가치를 절하시켰다. 이에 따라 2009년 10월에 624포인트를 고비로 VN지수가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 특히 펀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손실뿐만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까지 감내해야 했다.
조선일보 2014년 9월 8일자에 따르면 2006~2007년에 설정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 <KB베트남포커스 95> 등 11개 펀드 가운데 7개가 여전히 손실을 내고 있으며,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0.81%로 파악됐다.
베트남 펀드는 이후 한동안 ‘언급 기피 대상 1호’로 변모했다.
2006년 한 해 동안만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인 6천억원이 투입되 ‘엘도라도’의 희망을 달궜던 베트남 증시가 실패한 이유는 뭘ᄁᆞ?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은 투자대상업체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펀드 설정 초기 호찌민거래소에서 거래도니 상장사가 30~40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투자할 만한 기업을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기본자룔르 제외함녀 재무제표 등 투자에 필수적인 정보가 깅버 기밀로 돼 있어 확보하기 어려웠다. 거래 시스템도 문제였따. 거래 전산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때여서 주식거래가 가능한 시간대에 하루에 20분씩 2번, 30분씩 1번, 고작 세 번만 가능했다. 여기에다 한국 증권사들의 무모한 ‘묻지마’식 투자와 과도한 기대감 등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다.
베트남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거시경제의 안전성이 높아지면서 내수기반을 갖춘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와 부양정책도 회복세에 이바지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11년 18%, 2012년 6.8%, 2013년 6%, 2014년 5%로 계속 둔화세를 보였따. 이는 베트남 정부가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물가 안정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다 2011~2013년의 성장률도 평균 5.2%를 기록했다.
경제성장의 ‘실탄’격인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유입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2012년 105억 달러, 2013년 115억 달러, 2014년(1~9월) 89억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미국의 양적완화(달러 공급 확대) 축소, 남중국해상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 등 지정학적 우려 확산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견고한 성장 흐름과 정부의 투자 유치 강화 노력이 맞물리면서 FDI 유입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 동아시아 자연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대한 수혜 기대 등도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반면, 투자 위험도는 낮아지는 형국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014년 7월 말, 베트남의 국가 신용 등급을 B2에서 B1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2개월 뒤 또 다른 평가기관 피치는 늦어도 18개월 내에 베트남의 국가신용 등급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1월, 미국의 세계적 컨설팅 전문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주목을 끌만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남아권 중산층 증가율 조사에서 베트남이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BCG는 2013년 베트남의 중산층 인구는 1천200만 명 수준이지만 2020년에는 3천3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산층의 연평균 소득도 3천40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중산층의 급증은 무엇보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 업체들을 통한 고용 창출과 이에 ᄄᆞ른 수출 확대 덕택이다. 즉, 베트남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중산층 확대가 삼성전자 등 외국 업체들의 약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산층 확대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는 2013년 한 해 동안 베트남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3억2천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5%나 증가했따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증시의 대표주자인 VN지수는 이 기간에 22% 이상 급등해 동남아권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남아권 대다수 국가의 증시가 같은 기간 3~10% 성장에 머물거나 심지어는 하락세로 반전한 것과 대조된다.
중산층 확대에 부동산 시장도 기지개
중산층의 확대는 오랫동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 기미로 이어졌다. 베트남 건설부는 2014년부터 소형 주택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건설부는 부동산 가격이 2013년에 무려 26.5%나 하락한 이후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파트와 소형 주택 등의 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베트남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14년 1분기의 경우 2억8천800만 달러로, 전체 FDI 신규투자의 8.6%를 차지해 제조업(23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정부는 민간부문의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50조 동(2조5천8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4년 8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상태인 부동산 재고물량은 823조 동(42조6천310억 원)어치나 돼 경기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의 주택가격이 경제 규모에 비해 여전히 높고 각종 규제도 ㅁ낳아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베트남 부동산 가격을 언급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 하노이 중심가 호안끼엠 지역이다. 평방미터당 1억 원을 넘는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코딱지만 한’좁은 복권가게의 호가도 10억 원이 넘는다.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50대 여직원 T씨 집도 이곳에 있어 가격을 물어본 적이 있다. 마음씨 좋은 그는 웃으면서 “최소 100만 달러가량 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에 못지않게 비싼 하노이의 또 다른 지역은 떠이호다. 물의 도시 하노이에서도 가장 큰 호수인 떠이호 주위에 형성된 주거지역으로, 베트남에서 내노라하는 고위층과 부유층이 대거 거주하는 곳이다. 우리 기준으로 건평이 20평 남짓한 허름한 단독 주택의 가격이 최소 10억 원이 넘는다.
‘경제수도’인 호찌민 역시 만만찮다. 도심인 1군과 2군의 부동산 가격이 위에서 언급한 하노이 두 곳 못지않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뭉칫돈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하나 있따.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 노바랜드가 호찌민시에 건설 중인 선라이즈 시티 아파트 가운데 최고 60억 원대인 펜트하우스 등 일부가 부유층에 이미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나 숫자를 잘못 보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감에서 다시 꼼꼼히 확인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35층에 위치한 70M2 규모의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65억 원, 구입자는 유명 가수였다. 또 다른 가수도 이 아파트의 400M2 아파트를 신청했다. 분양가는 13억 원이었다.
외국인도 주택 구입 가능
투자 목적 등으로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가장 큰 문제 하나가 부동산 구입이다. 특히 한국 교민이 14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주택 구입 문제는 늘 초미의 관심사였따. 법인 명의로 궁비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턱없이 비싼 월세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 ㅡ러나 2015년 7월부터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인 단체와 법인, 투자펀드, 은행지점은 물론, 개인도 현지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구입, 소유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11월, 국회에서 외국인의 주택 소유 허용을 골자로 한 토지법 개정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외국인의 주택 소유기한을 소유권 증명 발급일로부터 50년으로 제한하되 정부 규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따.
세계은행(WB)은 2012년 현재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천755달러로 추산했다. 반면, 미국 CIA의 <더 월드 팩트북>은 같은 기간 베트남의 1인당 GDP를 3천800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산일 뿐 정확한 액수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베트남인들은 은행 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집의 금고나 장롱 속에 현금과 달러, 금 등을 보관한다.
베트남 중앙은행에 따르면 여전히 국민 10명 중 8명은 은행과 아예 담을 쌓고 산다. 물론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직불카드를 통한 현금서비스 등 제한적인 거래가 대부분이다. 이런 성향은 베트남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전쟁을 겪은 탓에 비상 시 손쉽게 휴대할 수 있고 환금성이 큰 달러나 금을 선호한다. 금융기관보다 집에 보관해야 훨씬 편리하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는 금고가 굉장히 중요한 가정용품이다. 특히 한국산 금고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예전에 호찌민의 갑부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한국산 금고를 둔 집은 멀ᄍᅠᆼ했지만 다른 나라 제품에 귀중품을 보관한 집은 큰 피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난 뒤부터다. 가격도 다른 나라 금고보다 평균 30%가량 비싼 것으로 기억한다.
‘갈지(之)’자 행보는 2007년 WTO가입 이후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도한 외자 유입,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와 경기 침체 등의 상황에서 SBV는 기준금리를 8.5%에서 14%로 1개월 만에 기습 인상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기준금리를 다시 7%로 인하하는 등 갈팡질팡 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도 대출증가율은 연간 30~50%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에는 GDP대비 총부채 규모가 124%를 넘어서는 기현상이 일어났따. 이에 ᄄᆞ라 2011년에는 공식적으로 18.13%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통화정책이 채무비율을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으로 전환됐다. 이는 성장보다 안정 위주의 정책으로 선회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2011년에 은행권 대출을 순증 기준 10%대로 제한하는 한편, 기준금리는 14%로, 재할인금리는 13%로 각각 높이는 긴축정책을 취했다.
통화강국이 돈줄을 바짝 조이면서 2012년부터 베트남은 한동안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특히 부동산 건설 경기는 아예실종됐다고 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따. 은행 등 금융권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잇따랐다. 실제로 2011년 9월ᄁᆞ지 4만8천7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사실상 부도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기업 신뢰도는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ᄄᅠᆯ어졌따.
은행권은 대출 과정에서 기계류, 일반 장비, 부동산 등을 담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바람에 은행 문턱을 찾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연리가 최고 40%가량 되는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을 초래한 주범 중의 하나는 높은 대출 금리였다. 2012년 2월 현재 국영은행권의 현지 화폐(동화) 대출 금리는 연평균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ᄂᆞᆻ다. 이 정도면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다. 현금 공급, 즉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빚어진 결과였다. 당연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2012년 2월, 대출 금리를 평균 2~3%포인트 인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국영은행권은 연평균 16~17%, 민간은행권은 18~21%, 소형은행들은 19~23% 선으로 각각 책정했다.
또 베트남 정부는 세제 감면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기업의 금융 부담을 낮춰 주려고 재할인금리를 13%에서 4% 포인트 낮춘 9%로 재조정했따. 동화 예금금리도 연 14% 상한선에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부양 효과로 미흡하다고 판단한 SBV는 2013년 6월 말, 동화와 달러화의 예금금리 상한을 다시 인하했다. 1개월 이내의 예금금리 상한은 2%에서 1.2%로, 1~6개월의 경우는 7.5%에서 7%로 각각 내렸다. 다만, 6개월~1년 미만의 예금금리 상한은 은행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그밖에 법인의 달러화 예금금리 상한은 0.5%에서 0.25%로, 개인의 달러화 예금금리는 2%에서 1.25%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이와 함께 농업과 수출, 중소기업, 첨단기술업체 등 일부 우대업종에 대한 단기 대출금리 역시 10%에서 9%로 인하됐다.
은행권의 이런 고육책 덕택에 2014년에는 거시경제 지표와 유동자금 확보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자 SBV는 시중은행권에 대출 금리는 13%로, 주택 관련 대출금은 5%로 각각 낮추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또 단기예금 금리 상한선 7%도 폐지해 인하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동치는 금융시장에 대해 응웬반빙 SBV 총재는 2014년 2월 경고성 전망을 내놨다. 30개인 민간은행이 앞으로 3년 내에 절반 수준인 14~17개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따.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 등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당국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의 경고는 경제 규모에 비해 민간은행이 과도하게 ㅁ낳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성장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게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연간 20%가 넘는 인플레이션, 구조적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경상수지 적자, 과도한 대외채무 증가, 낮은 수준의 외환보유고, 방만하고 전근대적인 국영기업, 금융권의 높은 부실채권 등이 부정적인 평가의 배경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주저앉을 것이라는 높은 위기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감을 찬찬히 뜯어보면 원인이 발견된다.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외부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이한 인식과 개혁 요구 묵살 때문에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왕ᄄᆞ’를 당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절박감이 읽힌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베트남의 네 번째 수출국가로 부상했다.
한국은 이 기간에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146억 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의 139억 달러보다 6억 달러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2년 102억 달러, 2011년 83억 달러 등 꾸준한 흑자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투자 열기는 베트남 정부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투자 업무를 전담하는 기획투자부는 2014년에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이 204억3천만 달러로, 애초의 유지 목표보다 19% 늘어났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투자국 가운데 한국이 전체의36.2%인 73억2천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투자는 2위인 홍콩(30억 달러)과 3위인 싱가포르(27억9천만 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베트남 투자에 삼성전자 싱가포르 법인의 투자분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FDI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베트남이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가파른 인건비 상승과 환경규제 드응로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조차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하는 중이다.
한국의 무역 흑자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해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데서 주로 기인한다. 2011년의 경우 대베트남 수출 1위 품목은 철강 제품이고, 2위 는 산업용 전자 제품, 3위는 직물, 4위는 전자부품이다. “대기업인 포스코,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소 봉제섬유업체 등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이 수입하는 부품소재가 이상의 수출 제품들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는 것이 베트남에서 상무관을 지낸 조영태 통상산업자원부 과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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