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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 수립 이후 20년간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에는 무역, 투자 등 경제교류가 급속히 증대되어 왔다. 3,000여 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직접 투자하고 있다. 수교 당시 5억 달러에 불과하던 무역규모도 200억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30, 40대 이하 젊은 세대들은 베트남 하면 월남전보다 베트남 펀드, 혹은 베트남 신부를 먼저 떠올린다. 마찬가지로 전체 인구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후 젊은 베트남인들은 한국을 전쟁 참전국으로 기억하지 않고, 한국 기업이나 드라마를 먼저 언급한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무역, 투자 등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노동, 결혼, 관광 등 인적교류 또한 매우 활발하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13만여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민간 외국인으로는 중국인 다음으로 베트남인이 많고, 화교를 제외하고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한국인이 제일 많다.
베트남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공공부문의 부패와 부실경영, 이에 따른 신용불량이다. 특히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부실 경영은 베트남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10대 대기업은 모두 공기업이고 에너지, 통신, 금융 등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를 독과점하고 있다. 베트남의 공기업은 우리나라 공기업처럼 특화되기보다는 재벌과 같이 수십 개의 산하 기업을 거느리고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은 사라지고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이 2012년 151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베트남은 2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3위에 불과하다. 2011년 5위에서 3단계 올라 베트남은 중남미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쨰로 행복한 국가로 평가되었다. 미국은 103위, 영국은 40위, 프랑스는 50위로 대부분의 선진국은 행복지수가 낮았다.
미국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망’이라고 정의했다. 베트남이 우리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게 나온 것은 소유가 적긴 하지만 욕망 또한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아직까지 개방의 정도가 낮아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잘살고 싶다,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하는 욕망이 적은 데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소득 수준이 동남아에서도 제일 낮은 그룹에 속해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수준은 낮지 않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먹을 쌀이 풍부하고, 점심 때는 고기가 곁들여진 베트남 쌀국수(Pho)를 1~2달러면 사먹을 수 있다. 열대지방이라 과일도 비교적 풍부하고 옷이나 생필품을 사는 데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교통수단도 오토바이가 대부분이어서 기름 값도 크게 들지 않는다.
뉴욕대 대니얼 앨트먼(Daniel Altman) 교수는 10년 후 미래에는 무역이나 금융 허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허브(Lifestyle Hub)가 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따. 라이프스타일 허브란 물가가 낮고 쇼핑이 자유로우며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현재 대표적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보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가 라이프스타일 허브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펀드에 투자한 시기는 대부분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이다. 차이나 펀드에 이어 다른 해외 펀드 개발에 열을 올리던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은 베트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6년 초 국내 주식 시장에서 베트남 경제는 작은 중국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에 설립된 베트남 펀드만 6,000여 억 원 가량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 조성된 베트남 펀드의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한국 투자자에게 베트남 경제와 증시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다 주었다. 5년 만기가 돌아온 2011년 말 기준으로 심할 경우 –5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상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랍 ㅔ트남 펀드 투자의 본질적인 실패는 베트남 경제에 기인하기 보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나 투자자들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투자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따. 베트남 펀드가 조성되기 직전인 2005년을 기준으로 베트남은 국민총소득(GDP)이 530억 달러, 1인당 GDP가 640달러에 불과한 아주 작은 경제 규모의 가난한 나라였다. 특히, 주식시장의 경우 2005년 말 기준으로 상장 기업수는 37개 밖에 안되었고, 시가총액은 5,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 투자하기 위해 2006년부터 1조원 가까운 돈을 모집했고 그중 상당액이 실제로 투자되었다. 그 자체가 거품을 조성하는 원인이 되었고 시작부터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 증시는 2006년 한 해 동안 호찌민거래소 종합지수인 VN-Index가 140% 상승했고 2007년 3월 12일의 역사적 고점까지 약 15개월 동안 280% 가량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한 해 동안 156개의 종목이 신규로 상장되어 시가총액 또한 12조원으로 급격히 많아졌따. 우리나라 베트남 펀드는 증권 및 운용사를 중심으로 증시 거품이 최대로 부푼 시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되고 투자되었던 것이다.
차이나펀드에 이어 가장 각광받던 베트남펀드의 처참한 실패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베트남 경제와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07년 900~1,100포인트의 범위에서 횡보하던 베트남 주가지수는 2008년부터 급격히 하락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주가가 단기간 너무 급등한데다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베트남 증시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2000년 7월 100포인트로 호찌민거래소를 통해 첫 거래를 시작한 이래 베트남 증시는 2007년도까지 주가지수가 10배 정도 상승했다. 7%대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20~30%에 달하는 기업순이익성장률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높게 상승한 것이 급격한 주가지수 하락의 근본원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베트남 경제와 주식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5.32%로 낮아진 적은 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6% 내외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따는 점이다.
펀드 5년 만기 평균시점인 2011년 말 기준으로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은 30조원 수준으로 2006년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베트남 펀드가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상장기업 수가 300여 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베트남 펀드는 베트남 증시가 한참 거품을 형성할 때 투자해 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베트남 증시, 나아가 베트남 경제 자체가 커다란 위기에 처해 초래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한 지 2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브랜드 제품을 최고로 여기게 되었고,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에 외국 기업 중 제일 많이 진출해있으며, 한국 정부는 베트남에 제일 많은 개발원조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베트남 근로자와 신부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동행지간이 되었다.
“Ban anh em xa mua lang gieng gan(반 앵 엠 싸 무어 랑 지엥 건)”이라는 베트남 속담이 있다. 먼 형제를 팔고 가까운 이웃을 산다는 뜻이다. 정치이념은 다르지만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 방문자 수가 연간 60만 명을, 운한 항공편 수가 100편을 넘어서는 아주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베트남은 비즈니스 기회도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세계적 생산기지로 유망하지만 파업과 임금 상승이라는 복병이 있고, 풍부한 인력과 유리한 입지의 이점에도 신뢰와 미들맨이 문제다. 단독 투자보다는 합작 투자가 더 위험하지만 M&A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한류열풍 속에 한국브랜드를 선호하지만 넘기 힘든 벽도 있따. 은행과 보험 시장의 전망은 좋지만 불투명한 지하경제가 복병이며,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건설 참여기회는 많지만 수익성이 낮다. 원전 건설과 에너지자원 프로젝트는 블루오션이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하경제는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낮게 해 베트남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는 그만큼 기회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구매력이 높고 시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베트남에서 지하경제가 점차 사라진다면, 은행.보험.증권으로의 자금유입이 커져 우리 금융기관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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