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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불륜] 파울로 코엘료

armonioso 2017. 5. 19. 06:30
[불륜] 파울로 코엘료

 

더이상 나 자신을 견딜 수가 없다. 내 인생이 마치 똑같은 장면을 끝없이 되풀이해 보여주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대학에서 심리학 강의를 몇 개 들은 적이 있다. 그중 한 강의에서 교수는 모든 내담자는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방어, 자기 옹호, 자기 확신, 고백,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

 

나는 거의 모두를 거절했다. 누군가 내 세계로 비집고 들어온다면 그곳이 얼마나 시시한 곳인지 들키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얻을 수 없는 기쁨에 대해 암시만 함녀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느 날, 하굣길에 비 온 뒤 솟아난 버섯 몇 개를 발견했다. 독버섯임을 누구나 알기에 완전무결한 모습으로 남아 있던 그 버섯들. 짧은 순간, 그걸 먹을까 생각했다. 특별히 슬프거나 특별히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끌고 싶었을 뿐.

버섯을 먹지 않았다.

 

"때때로 밤이 이끄는 대로 휩쓸려보세요. 별을 올려다보고 무한을 느끼며 그 감각에 취해도 보시고요. 밤은 주술이 가득한 시간이지만 또한 깨달음의 길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우물 아래 갈증을 풀어주는 물이 있는 것처럼, 밤도 그 신비로써 우리를 신의 신비에 다가가게 해주고, 그 어둠 속에 우리의 영혼을 타오르게 할 불꽃을 품고 있어요."

 

그 호텔방에서 우리 두 사람은 제각기 다른 것을 원했다. 나는 상실된 낭만을 우너했고, 그는 사냥꾼의 본능에 이끌렷다. 나는 사춘기의 그 소년을 찾으려 했고, 그는 선거 전 자신을 인터뷰하러 왔던 매력적이고 대담한 여자를 원했다.

나는 내 인생이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는 주의회의 지루하고 끝없는 토의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에게 그것은 단순하지만 위험한 오락에 불과했다. 나에게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고 잔인한 어떤 것, 이기심과 뒤섞인 자아도취의 표출이엇다.

남자들이 외도를 하는 것은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특성이다. 여자의 경우는 자존감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결국은 마음 한구석까지 내주고 만다. 진정한 범죄다. 절도다. 은행을 터는 것보다 나쁜 짓이다.

 

"결혼한 사람이 다른 상대를 찾으려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배우자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섹스가 주된 동인이라고도 믿지 않아요. 무료하거나 삶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거나 도전할 만한 일이 별로 없어서인 경우가 더 많지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사랑만으론 충분치 않다. 남편에 대한 열정을 되찾아야 한다.

사랑은 그저 감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기예와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영감뿐만 아니라 큰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이 있으면 영원히 무너져버리는 건 없는거야.

이걸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마법 같고 신비한 인간관계에 대해 늘 해답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삶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놓치게 되는 거야."

오늘 나는 벼랑에 서서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프시케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오늘밤을 견디고 삶의 신비와 믿음에 순응한다면 나는 궁전에서 깨어나리라.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다.

 

"외로움이 두렵진 않아." 그이가 말을 이어간다. "내가 두려운건 자기기만이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볼까봐."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지혜와 경험이 아니다. 시간도 아니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나는 삶에 대한, 우주에 대한 내 사랑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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