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부드러우면서도 칼날같이 예리하고, 절제된 말 속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사람, 손석희.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생각과 싸우게 한다.
우리는 “브리지트 바르도 씨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불쾌할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손석희는 “브리지트 바르도 씨의 말씀을 듣고 설득되는 쪽보다는 불쾌하게 여기는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한다.
“싸우게 하되 싸우지 않는 차분함”
손석희는 상대방과 싸우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이 제3의 적과 싸우게 한다.
“스스로 상대방과 싸우지 마라. 상대방이 반대의 생각과 싸우게 하라.”
생각으로 말하지 않고 사실로 말한다.
우리는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 없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문화상대주의에 반하는 태도입니다.”라고 말한다.
손석희는 “당신은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고 말한다.
“주장부터 늘어놓지 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먼저 말하라.”
상대방이 알고 있는 예를 든다.
우리는 “왜 소는 먹어도 되고 개는 먹으면 안 됩니까?”라고 말한다.
손석희는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를 먹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인정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상대방이 알고 있는 사례에 적용해 스스로 답하도록 하라”
다수에게 합리성을 요구한다.
“다수를 인정해주라. 그들에게 합리성을 물어라.”
“칼을 거두어 예리함을 완성한다”
그녀를 논리의 벼랑 끝에 세워두고, 마지막 순간에 돌아선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로 더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논리의 고수는 이렇게 결정적 순간에 칼날을 거둔다.
우리는 상대방이 반대편에 서 있으면 멀리 보이는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트리려고 무작정 덤벼든다. 우리가 미는 힘의 크기만큼 상대방도 반대 방향으로 사력을 다해 밀어온다. 서로 밀고 밀리는 행위를 반복하다 둘 다 지칠 때쯤 아무런 성과도 결론도 없이 논쟁은 끝난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저런 논쟁을 왜 할까, 라는 의문만을 품게 된다.
손석희의 화법은 다르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상대방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는 다시 논리의 한 발을 내딛는다. 상대방은 한 발 더 뒤로 물러난다. 상대방이 벼랑 끝에 섰을 때, 그는 논리의 칼을 거두고 물러선다. 상대방은 그제야 자신이 선 자리를 돌아보고 이미 자신이 벼랑 끝까지 밀렸음을 깨닫게 된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벼랑 끝으로 밀린 박근혜 대표는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논쟁에서 신경질은 흥분이나 분노와 같이 패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특성이다. 논리싸움에서 마지막까지 밀린 것이다. 그러나 손석희는 여기서 박근혜를 벼랑 밑으로 밀지 않는다. 손석희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진 않습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피하시겠다면 저희로서는 더 논쟁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논쟁에서 상대방을 벼랑으로 밀어가고, 벼랑 끝이 보이면 벼랑 밑으로 떨어트리려 덤빈다. 상대방은 자신의 사회적 생존을 위해서 말바꾸기든, 인신공격이든, 감정적 공격이든, 가리지 않고 맞받아치고 덤벼든다. 논쟁은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논점은 흐려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판단력은 흐트러지고, 보일 듯했던 진실은 다시 가려진다.
손석희는 상대방과 감정싸움을 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복하는 상대방에게 적대감이 생기지 않아서가 아니다. 적대감이 오히려 진실을 가리기 때문에 통제하는 것이다. 싸움의 종료 직전까지 애써 진실을 가리고 있는 상대의 커튼을 논리의 칼날로 걷어낸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사실의 반대편에 놓인 사실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상대방이 싸우려고 덤벼들 때, 칼을 거둔다.
손석희가 말하는 법의 ‘예리함’은 이렇게 완성된다.
“치열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라.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항복을 요구하지 말고 돌아서라.”
내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저항하는 상대방의 힘도 커진다. 내 말의 절대적인 힘이 커질지는 몰라도 그에 비례해 상대방의 저항하는 힘 역시 커진다. 그러므로 내 힘과 상대방의 힘의 차이는 여전히 변함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동양의 현자들은 강한 것으로는 강한 것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황석공의 병법서로 알려진 <황석공소서>에서는 유능제강 약능승강(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이라고 했다.
군대가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는 강하면 꺾인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위치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자리 잡는다.
“정중한 태도는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며, 진심은 언제나 증명된다.”
“상대방의 강한 말을 귀 기울여 들어라. 그 말로 상대방을 스스로 검증하게 하라.”
“사실을 말하라. 그러면 권리를 주리라.”
주장에는 권력이 있지만 사실에는 권력이 없다. 사실에는 오로지 합리와 지성, 증거와 검증이 있을 뿐이다.
“주장하는 자에게 사실을 말하게 하라. 사실 검증의 장에서 싸우라.”
“대조를 통해 생각을 보여라. 빛의 위치는 주위가 어두울수록 분명해진다.”
표현하지 않았기에 드러나지도 않았고, 드러나지 않았기에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의 지식이 주입된 상태로, 그러나 생각의 오류에 대해 상대방의 지적은 받아보지 못한 상태로 학창시절을 마친다. 결국 사회에 나온 우리의 모습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나는 이를 기형적인 지적 능력 상태라고 부른다.
첫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둘째, 내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배우지 못했다.
셋째, 상대방이 내 생각의 오류나 약점을 지적하는 기회를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 갑자기 생각을 표현할 것을 요구받는다. 생각을 상사에게 보고하고, 반대 입장에 있는 다른 부서를 설득하고, 거래처에 회사의 입장을 납득시킬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기형적인 지적 능력의 소유자는 다음 같은 세 가지 상황에 처한다.
첫째,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생각 전달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상대방이 내 생각을 이해하고 수긍하지 못한다.
셋째, 상대방이 내 생각의 오류를 지적하는 낯선 상황에 처하면 감정적인 적개심이 앞선다.
보통 사람들의 기형적인 지적 능력과 다른 손석희의 뇌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첫째, 사실 인정의 차이 : 하나의 사실에 대한 인식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다.
둘째, 규범 인식의 차이 : 무엇이 옳은 생각인지에 대한 입장 역시 서로 다를 수 있다.
셋째, 생각의 차이 : 각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항상 반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다름에 대한 인정의 바탕에는 항상 다른 인식, 생각, 주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예를 들어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고, 반대 주장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한다는 사고 틀이 전제되어 있다.
손석희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강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색깔은 빨간색도 파란색도 아닌 투명함이다. 강렬한 투명함.
어둠을 몰아내려고 쫓아다닌다고 어둠이 없어지진 않는다. 어둠은 빛을 비출 때 비로소 사라진다. 손석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색깔들이 토론의 장에서 서로를 비추고 빛을 발하게 한다.
손석희의 관대함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관대함을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릇된 의견도 수용하며 이에 맞서 이성적으로 자유롭게 논쟁을 벌여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이성과 합리에 대한 자신감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관대하게 수용하라. 이성과 합리의 지렛대로 하나 됨의 힘을 얻어라.”
“생각을 숫자로 말하라. 사막의 모래알도 찾아낼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생각은 내일을 향하되 말은 오늘에 집중한다.
“오늘을 차갑게 직시하라. 그리고 뜨겁게 내일을 생각하라.”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을 많이 내뱉는 사람이 아니다. 내 생각을 남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씽]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0) | 2017.05.25 |
---|---|
[맥킨지식 보고대답 기술 44] 이호철 (0) | 2017.05.24 |
[당신의 자리에서 승부를 걸어라] 정태영 (0) | 2017.05.24 |
[와튼스쿨 인생 특강] 스튜어트 프리드먼 (0) | 2017.05.24 |
[비즈니스 글쓰기의 모든것] 내털리 커내버, 클레어 메이로위츠 (0) | 2017.05.24 |
[딸아, 외로울때는 시를 읽으렴1] 신현림 (0) | 2017.05.23 |
[원자재를 알면 글로벌 경제가 보인다] 이석진 (0) | 2017.05.23 |
[안티프래질(Antifragile)]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0) | 2017.05.23 |
[나는 대한민국 딜러다] 신인식 (0) | 2017.05.22 |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다니엘 샤피로 (0) | 2017.05.22 |
- 구연산
- 강아지
- 나폴레온 힐
- 이탈리아 신혼여행
- 살균
- 직장생활 잘하는 법
- 영양제
- 독서
- 칼슘
- 강아지 예방접종
- 이탈리아 숙소
- 아이허브
- 비타민
- 미네랄
- 강아지 백신
- 건강
- 몸에 좋은 음식
- 이탈리아 호텔
- 암 예방
- 칼륨
- 피부미용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 에스트로겐
- 유방암
- 추천코드
- 항암
- 피로회복
- 아이허브 추천코드
- 예방접종
- 항산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